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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잔혹사


여러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싶어하던) 와중에 이 책은 내게 큰 영감을 준 책이다. 2018년 읽은 책 중에 가장 최고의 책이다.민주주의란 일반 사람들의 주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우리가 알고있는 수많은 사람들, 자칫 우리가 지나치기 쉽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서술해준다. 학교다닐때 이름을 들을 수 없었던 그 이름들, 요즘 그런 이름들에 주목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위대하지 않은 일반사람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역사임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준 책.
1987년 6월항쟁 30주년, 그날의 기억
그리고 현대사 곳곳에 남은 우리들의 기록들

박종철의 동기들이 쉰 살 언저리쯤 되었을 때 세월호가 물에 가라앉았고, 그들의 아들딸 나이쯤 되는 고등학생 아이들이 물속에 잠겼다. 유족들은 보상보다도 진실을 규명하라고 요구한다. 그때도 지금도 외면하기 어려운 진실이 놓여 있다.

6월항쟁 30주년을 앞둔 시점에 대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던 역사학자 홍석률이 가시밭길 민주주의 여정을 당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 민주주의 잔혹사 를 선보인다. 그러나 그 초점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한국현대사 이면에 감춰져 있는 것들에 맞춰져 있다. 저자는 6월항쟁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해방 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민주주의라는 대의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역사의 가능성을 세세하게 복원했다.

이 책은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된 이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넘어 미처 꽃피우지 못했던 그들의 삶, 그리고 역사의 수많은 우연에 기꺼이 녹아든 할머니, 여성노동자, 도시빈민 등 이름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건은 단순히 역사 속의 중요한 일 또는 관심을 끄는 일이라는 차원이 아니다. 역사의 다양한 갈림길 또는 전환점으로 작용한 8가지 사건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민주주의의 기억을 되살린다. 사건을 중심에 둔 만큼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구체성이다.

단일한 사건을 관련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치밀하게 구성하고, 이를 통해 당대의 구조를 파악하고 한국현대사의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인물들이 아직까지 살아 있고, 일간지를 비롯한 관련 기록이 일 단위로 쌓여 있음에도 지금까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한국현대사를 다큐멘터리처럼, 드라마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장 우연과 우연의 연쇄반응
: 박종철과 6월항쟁

2장 차라리 재판을 받게 해달라
: 박영두와 삼청교육대

3장 똥과 지식
: 여성노동자와 동일방직 사건

4장 북미관계의 이상한 기원
: 책임지는 정부와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5장 승리자의 역사만 남다
: 가난한 장교와 5·16쿠데타

6장 기록에서 지워지는 여성들
: 마산 할머니와 4월혁명

7장 1951년 겨울, 소정골 사람들
: 학살된 민간인과 한국전쟁

8장 피 흘리는 젊음
: 돌아온 학병들과 학병동맹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