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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시편


76편의 시가 수록된 이문재 시인의 두번째 시집.내가 가지고 있는 개정판 [산책시편]은 2015년 3월 출간된 3판 3쇄본.1988년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이 출간된지 6년 만에 묶은 시집.산책시와 부사성 연작, 그리고 환경에 관한 세 범주로 크게 나뉘어 있다.시집 후반부에는 첫 시집을 묶으면서 누락시켰던 시들을 수록하고 있다.따뜻하게 헤어지는 일이 큰일이다그리움이 적막함으로 옮겨 간다여름은 숨 가쁜데, 그래그리워하지 말기로 하자, 다만 한두 번쯤미워할 힘만 남겨 두기로 하자- 칸나 中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나에게서 그대에게로 가는 편지는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가는 편지와 받아 볼 편지는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푸른 곰팡이 中우체국이 사라지면 사랑은없어질 거야, 아마 이런 저물 녘에무관심해지다 보면, 눈물의 그 집도무너져 버릴 거야, 사람들이그리움이라고, 저마다, 무시로숨어드는, 텅 빈 저 푸르름의 시간- 저물 녘에 중얼거리다 中
현실적으로는 부도덕으로 단죄되는 게으름과 어슬렁거림, 해찰을 통해 이 추악한 세기말 또는 세기말의 급소를 발견하고 싶다.

- 이문재


거미줄
가는 길
지문
한숨
칸나
동백

푸른 곰팡이
저녁의 뒷짐
마지막 느림보
날씨가 사라지다
저 깜빡이는 것들
진달래 능선에서 쉬다
덕수궁에서 고개를 드니
산책로 밖의 산책
저녁 산책
저물 녘에 중엉거리다
세실천
길 밖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