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들의 자서전>이라는 제목은 이 책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고, 제목이 주는 인상과 정반대에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제목에는 자서전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스스로 쓴 자서전이라기보다 제3자 관찰자가 쓴 전기문에 훨씬 더 가깝다. 하지만 자서전이라만 으레 들어갈 법한 개인의 삶, 활동, 살아온 이야기, 그 동안 겪었던 갖가지 우여곡절, 그리고 그 속에서 우직하게 살아온 뚝심 등이 고스란히 속속들이 배어 있는 글들이기도 하다.
고집스럽게 일터를 지키는 아버지들에게 묻다
당신에게 노동은 무엇입니까?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 은 오랜 시간 자기 업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한 르포르타주다. 시인이자 르포 작가인 오도엽은 고집스럽게 자기 일터를 지키고 있는 아홉 명의 아버지들을 만나 ‘당신에게 일(노동)은 어떤 의미인가’ 묻는다. 근대를 거쳐 지금도 ‘노동자’로 살고 있는 아버지들은 답 대신 자신들의 삶을 풀어 놓는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노동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오롯이 올려놓기까지의 절절한 사연들이 펼쳐진다.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산업화가 우리 아버지들만의 노동으로 채워진 건 아니지만 하나의 상징일 순 있다. 한국 경제는 독재 권력에 의한 오랜 권위주의 시대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근대 아버지들의 노동을 기록하는 작업이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거나 미화하는 일에 머물러선 안 된다. 노동 예찬이 노동자 고통 찬양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근대 아버지들의 노동은 민주화 이후 노동에 대한 성찰의 기초 자료이자, 지금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미래 노동의 조감도가 되어야 한다. _p.8
줄곧 노동 문제에 천착해 온 작가는 이 책에서 ‘근대 아버지들’의 삶과 목소리를 받아 적는 ‘대필자’로 나선다. 1년여에 걸쳐 작성된 취재 수첩에는 근대화를 이룬 아버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다. 이발사와 수리공, 대장장이 등 아홉 명의 노동자들은 작가와 동행한 사진작가 앞에 기꺼이 손때 묻은 노동 현장을 공개한다. 리처드 세넷, 지그문트 바우먼 같은 사회학자들의 문장이 적재적소에 인용되면서 ‘노동의 실체’를 좀 더 명확히 해준다. 여기에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산 작가의 아버지전(傳)이 더해져 열 명의 아버지 자서전이 완성됐다.
프롤로그_잃어버린 아버지, 그리고 노동을 찾아서
1장_만리재 기슭 [성우이용원] 이남열傳
2장_낙산 자락 [일광세탁소] 김영필傳
3장_홍대 언저리 [옛 삼정전파사] 남상순傳
4장_인사동 표구 거리 [묵호당] 손용학傳
5장_모래내 너머 [형제대장간] 류상준傳
6장_서촌 [코리아나화점] 정연수傳
7장_응암오거리 [성원양복점] 임명규傳
8장_예지동 시계 골목 떠난 [경민사] 김동선傳
9장_중부경찰서 앞 [중앙카메라수리센터] 김학원傳
10장_석계역 연탄 공장 너머 오도엽의 내 아버지傳
에필로그_아버지의 카메라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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