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손꼽힌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대목이?*나는 이 책에서 어떠한 감탄과 미학도 느끼지 못했다.차안의 세계에서의 자기모멸과 고통, 사람들 사이에 번져있는 서늘함은 전해진다.그러나 찬탄할 만큼의 값진 문학인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집이 불타고 있었다.먼저 온 고참들의 여섯 개째 운동화를 빨아 헹굴 때우리 살던 옛집 지붕이 불타고 있었다.고름처럼 가늘게 수돗물이 흘러나오고두 손이 하얗게 얼어터진 겨울 저녁집이 불타고 있었다.철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활활활세찬 바람에 사그라졌다.어머니, 당신 아이는 소년원에 갇혀 있어요매일 고참들의 신발을 빨아 헹구며콧노래를 흥얼거릴 사이어머니 당신 집이 불타요그리고 고삐 묶인 말처럼 아이는 발을 굴러요.당신이 강요한 천년왕국설의 신앙을 피해딱딱한 방석 위에서 두 시간씩 앉아 조는 집회를 피해저녁마다 도망을 했던 아이더 도망칠 필요가 없다고 안심한 곳에서덜컥, 덜미를 잡혀버린 아이가소년원에서 양말을 벗은 발을 굴러요.이 모두 당신이 예견했던 숱한 계획들의사소한 일부겠지요.*그의 시는 참회인가, 수기인가, 그도 아니면 정신적 방황인가.
장정일은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 3집에 〈강정간다〉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으며, 스물다섯 살인 1987년에 발표한 첫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으로 김수영문학상(제7회)을 수상하며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그는 소설 아담이 눈 뜰 때 , 너에게 나를 보낸다 ,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 여러 문제작의 발표를 통해 자기 파괴를 통한 전면적인 자기 폭로의 길을 걸어왔다고 평가받으며, 우리 문화계에 ‘장정일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새 흐름을 창출해 내기도 했다.

우리 문단에서 아주 특이한 존재로 인식되는 장정일의 매력은 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저 쓰고 싶은 대로 쓴 듯한 그의 시어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다채로운 소재들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사회를 꼬집고 세상을 비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